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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제376호 - 소아마비 학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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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22-08-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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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학생 이야기

            김한식 대구공업대학교 교수

어릴 때의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한 가난한 학생이 있었다.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 그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었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그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그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추운 어느 겨울날, 책 살 돈이 필요했던 그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 있는 시장에 찾아갔다가 차마 더 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그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형과 함께 장애인인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였지만,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 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그런 형을 생각하며 그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한번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매점에 들렀는데 여학생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그날따라 그는 절룩거리며 그들 앞을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구석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측은해 보일까봐, 혹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까봐 주머니 속의 동전만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열람실로 돌아왔다. 그리곤 흰 연습장 위에 이렇게 적었다. ‘어둠은 내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어둠에서 다시 밝아질 것이다.’  (중략)  출처 : 대구신문, 2022. 8. 18

*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에서 확인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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