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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제 386호 -21세기 행복의 조건 ‘친절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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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13회 작성일 23-06-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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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대학교 김한식 교수

21C 현재, 바야흐로 한국은 GDP 중심의 세계 10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물질적으로 지난 어떤 세기보다 풍요의 세상을 살고 있다. 주변 어디를 돌아봐도 먹을 것들이 풍족하고 어려운 사람들도 국가사회보장제도 덕분에 나름대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둣하다. 즉, A.Meslow가 주장했던 인간욕구 5단계설의 욕구 중 의식주 욕구는 모두 크게 충족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모두는 행복한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오히려 각종 매체가 보여주는 통계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럼, 우리의 어떤 생각과 행동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일까.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친절과 배려가 그 답이 아닐까 제시해 본다.

10여년 전 어느 약수터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50대 중반의 한 아주머니가 주말마다 집에서 가까운 약수터에서 운동도 하고 약수물을 길어오곤 했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 한분이 약수터에 오셨다.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의 운동을 하거나 약수물을 떠서 그냥 가버리곤 했는데, 이 아주머니만은 할아버지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친절한 말을 건네기도 하고 또, 약수물도 대신 받아주기도 했다. 여인은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어린애처럼 "할아버지! 안녕하셔요! 오늘 약수물 맛이 참으로 좋으네요!. 이리와서 한잔 하셔요! 할아버지는 어디 사셔요! 젊은 시절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라고 수많은 질문을 던져주었고, 할아버지도 신이 나서 "아주머니는 집이 어디요? 지금 무슨 일을 하세요! 아주머니는 꿈이 있나요? 꿈이 뭐예요?"라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할아버지는 매주 휴일에 약수터 가는 일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고 늘 기쁜 마음으로 휴일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주말, 갑자기 할아버지가 "아주머니, 혹시 오늘 오전에 시간 있으세요! 여기 산 밑에 우리 집이 있는데 함께 가시면 차 한잔 대접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약간 당황했지만 그동안 약수터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어 봐서 위험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예, 할아버지! 저는 괜찮아요!"라며 할아버지와 산 밑의 집으로 갔다. 집은 산 밑에 있었지만 마당이 넓고 아담했다. 할아버지가 차를 마시며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아주머니, 나는 학교 선생으로 퇴직하고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여기서 살았는데, 아내가 몇 년 전 병으로 죽었다오. 자식 둘은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는 데 몇년 전부터 자꾸 미국에 와서 함께 살자 하지만 난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안 간다고 했소. 그런데, 이제 나이도 많이 들고 자식들도 보고 싶어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오. 그래서 재산을 정리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아주머니에게 주기로 생각했소. 가난한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지어 꼭 꿈을 이루길 바라오."라고 말했다. 사실 약수터에서 어느 날 할아버지가 "아주머니의 꿈은 무엇이오?"라고 물었을 때 "네. 할아버지! 저는 현재 사회복지과에 만학도로 다니고 있는데 언젠가 돈이 생기면 가난한 노인분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지어 그분들을 돌보며 사는 게 꿈이예요!"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평소 자신에게 늘 친절했던 아주머니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이 살던 집을 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아주머니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그 집을 받아 현재 노인복지시설을 지어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와 유사하지만, 필자가 장군스피치리더십 강의를 하며 자주 인용하는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에 나오는 감명 깊은 주인 이야기도 있다. 유명한 우동 집에 흐름한 옷을 입은 아주머니와 아들 둘이 와서 조심스럽게 "혹시 우동 한그릇 되나요?"라고 물었다. 세 명이 와서 그것도 바쁜 시간대에 우동 한 그릇만 시켰으니 , 보통의 주인이라면 안 된다고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동집 주인은 아들에게 우동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고 "네. 괜찮습니다. 들어오세요"라고 친절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한 그릇 주문인데 세 그릇을 주면 손님의 자존심도 있으니까 비록 1인분을 주문하였지만 양은 3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주었다. 그 이후에도 몇 년간 3명이 와서 1인분을 주문했지만 주인은 늘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그리고, 우동을 주며 마음속으로 "힘내! 부끄러워 하지마. 할 수 있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라면서 격려해주었고, 세월이 흐른 후 아이들이 자라서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 이다.

우리도 살면서 이와 유사한 감동적인 사례를 가끔 만나게 된다. 상대에게 좀 더 양보하고 좀 더 배려하면 결국 상대 뿐 아니라 자신도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현대와 같은 물질 만능 시대에 우리 모두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진정한 행복을 함께 누려갈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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