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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390호 - 운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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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78회 작성일 23-10-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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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 대구한의대학교 미래라이프융합대학 교수

오페라의 왕이라 불리는 작곡가 베르디가 1863년에 작곡한 오페라 ‘운명의 힘’은 우연이 만들어낸 세 명의 기구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페라의 배경은 18세기 중엽, 스페인의 대 귀족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연인 알바로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가출한다. 후작은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그 과정에서 알바로는 실수로 레오노라의 아버지인 후작을 죽이게 된다. 후작의 아들 카를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알바로와 누이 레오노라를 찾아다닌다. 도망 중 레오노라와 헤어진 알바로는 스페인 군에 입대하고 싸움이 붙은 카를로를 구해주게 된다. 반대로, 카를로는 알바로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임을 알게 된다. 카를로는 수도원에 들어가 사제가 된 알바로를 찾아내 결투를 신청하지만,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다. 알바로는 레오노라에게 카를로의 중상을 알리고, 레오노라는 동생을 돕기 위해 뛰어가지만 카를로는 그녀에게 오히려 치명적 부상을 입힌다. 남매는 결국 모두 숨을 거두고 알바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영화 ‘마농의 샘’이 있다.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에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나고 남자는 군대에 끌려가게 된다. 얼마 후 여자는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는 남자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의 아이를 가졌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수도 없이 물었으나 답장이 없고 자꾸만 배가 불러와 할 수없이 마을의 다른 남자와 함께 야밤에 도망을 가버렸다. 그 당시에는 처녀가 혼자 아이를 가지면 몰매 맞아 죽을 수 있는 시대였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가 고향으로 돌아오니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하였다는 소식만 남아있었다. 남자는 평생 여자를 증오하며 혼자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어느날 시골마을에 곱추가 아내와 딸을 데리고 꽃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오게 되고, 그 곱추가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여자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증오하게 된다.

주인공 세자르는 곱추의 농장 안에 땅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샘이 있음을 우연히 발견하고, 샘을 막아버린다. 샘이 있는 곱추의 농장을 싸게 사려는 속셈이었다. 물이 나오지 않자 곱추가 우물을 파려고 폭약을 설치하는 순간 폭약이 폭발하여 죽게 된다. 딸 마농은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 위골랭과 세자르, 그리고 이를 방관한 마을사람들이었음을 알아차린다. 마농은 마을에 내려오는 물의 원천을 발견하고 물줄기를 막아버린다. 마농의 복수로 위골랭과 세자르는 물론 마을 사람들 전체가 물이 없어 고통을 받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세자르가 옛 연인의 친구에게서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했던 그 여인의 비극적인 진실을 듣게 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아무리 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이만라도 낳아서 기르려고 마을 남자의 도움을 받아 야반도주를 한 것입니다. 그 아이가 바로 당신이 죽인 그 곱추입니다” 이 말을 들은 세자르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편지 때문에 인생이 뒤바뀌어버린 운명의 장난에 울부짖으며 모든 재산을 손녀 마농에게 남기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필자는 장군스피치 제자들에게 늘 운명에 이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수많은 운명의 힘에 이끌려 원치않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할 말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었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재물에 욕심을 부려도 죽음 앞에서는 부질없는 일이다. 인간의 욕심이 부른 비극적인 운명과 함께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과 엇갈린 운명으로 비극적인 삶을 마무리하는 영화 <마농의 샘>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필자의 가슴에 여진처럼 머무르고 있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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