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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제394호-파도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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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21회 작성일 24-02-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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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자서전

                                시인 하기정

발자국들이 붐비는 먼 섬까지 다녀온
파도의 혀가
물속의 일을 잊는 것

귀가 잠기는 것
혀끝을 깨무는 것
목덜미 흰 털들이 일어서는 아침과
밥물이 넘쳐흐르던 부엌
내 손바닥에 너의 손금을 대보는 것
자다 만 당신의 잠을 자보는 것
꾸다 만 당신의 꿈을 대신 꿔보는 것

접다 만 종이배를 밀고 나가
풍선껌처럼 터지는 것

파도가 핥고 지나간 자리마다
새기고 지우고 다시 새기는 분투의  여정이
파도의 일이라고

출렁, 기우는 쪽으로

당신의 발목이 젖는 것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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